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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클로즈업]우주의 나이 밝혀낸 윤석진 연구원 (2002-07-26)
작성일
2022.09.19
작성자
천문대
게시글 내용

은하계 ‘호적조사’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토종 천문학자. 연세대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의 윤석진(31·사진) 연구원은 모든 학위 과정을 국내에서 마쳤다. 연세대 천문학과에서 학사 석사과정을 마치고 가을에 박사학위를 받는다. 그가 미국의 과학권위지 ‘사이언스’ 26일자에소개된 논문으로 세계 천문학계를 두 번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 첫째는 1939년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오스터호프가 구상성단(球狀星團)을 관찰하다 발견한 ‘오스터호프 이분현상’의 원인을 규명한 것이다.


별은 크게 수소와 헬륨 그리고 이 둘을 제외한 다른 모든 원소인 중(重)원소로 이뤄진다. 나이가 많은 별일수록 중원소가 적다. 구상성단의 별들은 우리 은하계의 별 중 이 중원소가 가장 적고 그래서 가장 나이가 많다.


“어떤 마을의 역사를 알고 싶으면 제일 먼저 노인정을 찾아가는 것처럼 천문학자들은 구상성단에 은하계의 기원을 물어보는 거죠.”


윤 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은하계 노인정에는 이들 노인이 약 500명가량있고 그 중에서 대화가 가능한(관찰이 가능한) 노인은 150명가량이다.


이 노인들의 나이는 대략 120억년으로 추정돼 왔다. 그런데 이 150명 노인의 체중(중원소의 무게)은 두 그룹으로 나뉜다는 것이 ‘오스터호프 이분현상’이다.


그런데 왜 체중차이가 날까. 윤 연구원은 이 질문을 갖고 이들 두 그룹에서도 가장 저체급이고 총기가 여전한 노인 7명을 선정해 연구를 하다가그들이 우리 은하계 출신이 아니고 다른 은하계에서 편입됐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또 7개 구상성단의 은하계 내의 위치를 이리저리 연결해보다 그들이 은하계를 횡단하는 하나의 평면상에 놓였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평면을 죽 연결해보니 우리 은하 주변을 돌고 있는 위성은하(대마젤란운하)와 만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구상성단은 위성은하가 우리 은하주위를 돌다가 흘려놓은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는 천문학계에 두 번째 충격을 가져 왔다. 우리 은하의 조상은 따로 있고 나이도 10억년 이상 훨씬 많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터줏대감이라고 믿고 모셨던 분이 실은 손님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과 같은 충격이죠.”


윤 연구원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인 이영욱(李榮旭·41) 교수는 그의 연구결과를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말했다. 실제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윤 연구원은 “신이 세우신 우주의 비밀을 알아 가는 기쁨 때문에 천문학자가 됐다”고 말했다.


이 연구로 다음달 박사학위논문 통과를 앞둔 윤 연구원은 70 대 1의 경쟁을 뚫고 영국 옥스퍼드대의 글래스턴펠로로 선정되는 영광도 얻었다.


“우리 은하의 중심에는 우리가 아직 관찰 못한 또 다른 구상성단이 있을 겁니다. 그 진짜 터줏대감을 발견해서 우리 은하의 진짜 나이를 알아내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클로즈업]우주의 나이 밝혀낸 윤석진 연구원, 동아일보, 2002.07.26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0142919?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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