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뉴 닫기

 
제목
누리호 두 번째 도전, 맨 앞자리엔 '이들'의 꿈도 함께 실린다 (2022-06-10)
작성일
2023.02.21
작성자
천문대
게시글 내용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이달 15일 두 번째 시험 발사에 나선다. 누리호는 지난해 10월 첫 발사에서 싣고 올라간 위성 모사체(모형 위성)를 목표한 우주궤도에 올리지 못하며 실패의 쓴잔을 마셨다. 이번 두 번째 도전에서는 실제 우주에서 작동하는 진짜 인공위성을 고도 700㎞의 궤도에 올린다는 목표다. 누리호의 맨 앞자리인 3단에는 발사체의 투입 성능을 검증할 성능검증위성과 서울대와 연세대, KAIST, 조선대 등 4개 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초소형위성 4기가 함께 실린다. 이들은 2019년 열린 4차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최종 임무팀으로 선정되며 누리호 탑승 기회를 얻었다.

 

○우주기술 검증과 우주과학 실험 수행 

 

지난달 24일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는 누리호의 첫 승객이 된 초소형위성을 발사체에 싣는 작업이 진행됐다.  4기의 초소형 위성 중 ‘미먼’ 개발을 담당한 강대은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박사과정생은 “이번 2차 발사에서 위성을 성공적으로 우주궤도에 올리면 우리 손으로 만든 첫 발사체로 쏘아올린 최초 위성, 최초 운영 성공이라는 여러개의 타이틀을 동시에 갖게 된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초소형위성은 수십 ㎏에서 작게는 수 ㎏ 크기의 위성이다. '큐브위성'으로도 불리는데 유닛(unit)의 앞글자인 ‘U’를 크기 단위로 쓴다. 가로·세로·높이 각 10㎝인 정육면체를 보통 1U라고 한다. 큐브위성 두 개를 합친 직육면체를 2U, 세 개를 모으면 3U로 분류한다. 누리호가 싣고 올라갈 위성은 3U 크기 위성 3기와 6U 크기 위성 1기다.

 

초소형위성은 크기는 작지만 영상 촬영, 과학 실험 등 우주임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이번 발사에 참여한 위성들도 다양한 임무를 띠고 있다.  박상영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미먼에는 700㎞ 상공에서 가로세로 200m인 지상 물체를 한점으로 인식하는 카메라가 실려있다.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미세먼지 오염 분포를 관찰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초소형위성 ‘랑데브(LANDEV)’에는 지구가 반사하는 여러 파장대의 빛을 수집하는 초분광 카메라가 실렸다. 물체마다 다양한 파장의 빛이 나오는 원리를 이용해 농작물 작황이나 바다의 플랑크톤 상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기창돈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팀이 개발한 ‘스누글라이트-2’는 오차가 수㎜에 불과한 정밀한 위성항법시스템(GPS)을 활용해 대기의 대류와 전리 현상을 연구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오현웅 조선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스텝큐브-2’는 크기가 어른 상체에 해당하는 6U급으로 함께 발사되는 4기 위성 중 가장 크다.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이용해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열 변화를 볼 수 있다. 폭발 위험이 제기된 백두산 천지를 감시하는게 목표다. 산불 감시와 잠수함 탐지, 원전 가동 여부 확인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위성에 실릴 고성능 전자광학 카메라와 적외선 카메라를 개발하기 위해 솔탑과 한화시스템 등 8개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누리호의 2차 발사가 성공해도 이들 위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려면 8일에서 14일이 더 걸린다. 성능검증위성이 우선 우주궤도에서 자세를 잡고 정상 작동하기 시작해야 순차적으로 위성을 궤도에 내려놓기 때문이다. 각 대학에 설치된 지상국이 궤도에 진입한 초소형위성들이 한반도 상공을 지나며 보낸 신호를 수신하면 이들 위성은 비로소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간다.  


○우주실험실에서 우주산업 혁신 아이콘으로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위성에 들어갈 부품 수급이 1년 이상 늦어지면서 개발팀들은 애를 태워야 했다. 김태호 KAIST 항공우주공학과 박사과정생은 “태양 전지판 부품만 해도 6개월이면 도착하는데 1년 4개월이 걸렸다”며 “4월 말에 도착하는 바람에 5월 24일 납품까지 밤을 새워 성능검증 실험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우주개발 선진국들은 새로운 우주기술을 검증하거나 우주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수단으로 초소형위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발사 비용이 떨어지면서 초소형 위성 수십기를 우주궤도에 올려놓는 시대가 되면서 우주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위성영상기업 플래닛은 3m 크기 물체를 구분할 수 있는 3U 크기 위성 ‘도브’를 180개 이상 띄워 지구를 매시간 스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북한의 핵실험 동향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위성영상을 공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오현웅 교수는 “큐브위성은 이제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했다”며 “국내 산업체의 부족한 경험을 많은 경험을 쌓은 대학과 연계하면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로 향하는 큐브위성의 수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유럽 위성분석기관 나노샛츠에 따르면 올해 발사가 예정됐거나 발사된 큐브위성은 697기에 이른다. 지난해 발사된 큐브위성 326기의 두 배가 넘는다. 방 교수는 “우주 선진국의 성공은 많은 발사를 통해 얻은 시행착오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한국과 같은 우주 후발주자는 기술을 검증하는 전략으로 자주 쏠 수 있는 큐브위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누리호 두 번째 도전, 맨 앞자리엔 '이들'의 꿈도 함께 실린다, 동아사이언스,2022.06.10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47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