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우주로 향하는 길, 무한 가능성을 열어가다
학생 위성 개발팀 ‘큐브샛연세’
(왼쪽부터 김한석, 김영언, 전승권, 신용광, 전수빈, 유한결, 김지훈 학생, 박상영 교수, 김푸름, 이상원, 김동구 학생)
누리호에 실린 또 하나의 도전
6월 21일 나로우주센터. 팽팽한 긴장 속에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우주를 향했다. 15분 후 누리호는 목표한 고도 700km에 도달해 탑재된 성능 검증 위성을 성공적으로 분리하고 궤도에 안착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독자 기술력으로 실용 위성을 쏘아 올려 운영할 수 있는 7번째 국가가 됐다. 우주로 가는 길을 개척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누리호 발사 순간, 발사체 연구개발자들 이상으로 누구보다 초조함 속에서 마음 졸인 이들이 있다. 우리 대학교 위성 개발팀 ‘큐브샛연세(CubesatYonsei)’ 팀원들이다. 누리호 발사체에는 성능 검증 위성과 함께 4개 대학 학생들이 개발한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큐브샛연세가 개발한 큐브위성 ‘미먼(MIMAN: Monochrome Imaging for Monitoring Aerosol by Nano-satellite)’이 그중 하나다. 큐브샛연세는 우리나라가 우주 개발의 문을 여는 그 순간에 동참하는 기쁨과 보람을 누렸다.
미세먼지 탐지 미션 위성 ‘미먼’
큐브샛연세가 2019년부터 개발에 나선 ‘미먼’의 임무는 이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미세먼지 관측’ 임무 위성인 미먼은 700km의 저궤도에서 지구 주위를 공전하면서 한반도와 서해 상공을 이틀에 한 번씩 지나며 미세먼지를 촬영하게 된다. 가로 10cm, 세로 10cm, 높이 34cm의 초소형 위성이지만 정지궤도위성 천리안2B호가 제공하는 미세먼지 관측 정보를 보완하는 역할을 톡톡히 할 예정이다. 서해 미세먼지 데이터 수집에는 특화된 강점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
(미먼의 미션 개념도 / 자료 제공 : 큐브샛연세)
“미세먼지 임무에 착안한 것은 2019년 프로젝트 시작 시점에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했고 관심이 매우 높았습니다. 사회적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실용적인 큐브위성을 만들고 싶었고요. 미먼은 고해상 광학 카메라로 한반도 주변 가로/세로 400km 지역의 미세먼지 징후를 관찰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200m 단위로 인식할 수 있는 해상도를 갖춘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천리안2B호가 이미 미세먼지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한반도 표면에서 3만 6천 km 정도 떨어져 있어요. 성능은 좋지만 멀리 있으니 자세한 관측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미먼은 저고도에서 촬영을 하니 해상도가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어 연구 데이터의 질도 높일 수 있습니다.”
- 큐브샛연세 박상영 지도교수
미먼이 확보할 미세먼지 데이터는 천리안2B호의 미세먼지 데이터를 연구하는 우리 대학교 대기과학과 김준 교수팀과 협력, 노이즈 처리 등 보정 작업을 통해 데이터의 질을 높여 미세먼지 관측 정밀도 향상에 기여할 예정이다. 이는 우리 대학교 내 연구실의 경계를 넘어 시너지를 내며 함께 발전해 나갈 기회이기도 하다.
“큐브샛연세 팀이 결성된 지는 이제 10년쯤 됐는데 대학은 연구와 교육을 주로 하잖아요. 실제적으로 와닿는 것보다는 이론을 기반으로 연구를 하죠. 더 눈에 확실히 보이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때, 미국에서 큐브위성 개발이 시작됐죠. 우리가 그동안 배우고 연구했던 결과들을 큐브위성에 녹여 현실에 활용하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했어요. 마침 그때 우리나라에서 위성 경연 대회가 처음 시작됐고 도전했습니다.”
- 큐브샛연세 박상영 지도교수
세 번의 위성 개발로 진화된 기술, 높아지는 성공률
미먼은 큐브샛연세에서 개발한 세 번째 초소형 위성이다. 분리형 우주 망원경 개발을 위한 인공위성 편대 비행 기술 테스트를 목표로 한 ‘카니발-X’ 큐브위성이 첫 도전이었다. 이어 2017년에는 카니발-X에서 연구했던 편대 비행 기술을 기반으로 우주망원경의 초점거리를 자유롭게 변경해 태양의 코로나 촬영을 미션으로 한 후속작 ‘카니발-C’ 큐브위성을 개발했다.
미먼을 포함한 세 개의 위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최하는 ‘큐브위성 경진 대회’에 참여한 세 번 모두 선정됐을 만큼, 위성의 콘셉트와 아이디어 적용 기술 등에 있어서 혁신성을 인정받고 우주로 쏘아 올릴 기회를 얻었다. 앞선 두 번의 도전은 모두 난이도가 높았던 기술이었던 데다, 두 번째 시도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연구팀이 현장에 갈 수 없었던 탓에 발사체에 큐브위성을 탑재하는 단계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스위치가 망가지면서 미완의 실패로 남았다. 하지만 큐브샛연세는 이 경험에서 값진 배움을 얻었고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큐브위성을 개발, 개선하고 진보된 기술로 미먼을 탄생시켰다.
“카니발-X와 카니발-C를 개발했을 때 적용된 기술이었던 편대 비행 정렬의 미션은 사실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기술이에요. 어려운 기술에 먼저 도전한 셈이죠. 학생들에겐 성공하는 경험도 중요하기 때문에 미먼은 단순화시켰어요. 두 대로 만들었던 카니발 위성과는 달리 한 대로 만들고 좀 더 실생활에 활용될 수 있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미션과 하드웨어를 적용했습니다. 처음에는 태양에너지를 통해 위성에 전기를 공급하는 태양전지판을 4개 달아 날개까지 펼쳐지게 했었어요. 보기에는 멋져 보이지만 펼치려면 부가 장치가 필요하고 또 실패할 확률도 있으니 최대한 심플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성공률을 높이고자 했어요. 이 밖에도 개발 단계나 부품 조립 단계 등에서 최대한 완벽을 기하고자 했고요. 그래서 앞으로 계획된 미먼 큐브위성의 임무 수행까지 자신하고 있고요.”
- 큐브샛연세 박상영 지도교수
연세이기에 가능했던 개발
큐브위성 개발이 주목받기 시작하던 때부터 시도했던 큐브샛연세의 도전은 사실 연세였기에 가능했다.
“위성 개발에 필요한 여러 지식과 기술을 공부하고 실현해 나가는 것이 경연 대회를 통한 큐브위성 개발의 첫 번째 목표입니다. 큐브샛연세의 팀원들이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런 좋은 기회뿐 아니라 좋은 환경도 갖춰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대학교의 가장 큰 강점은 모든 전공 분야에서 국내 일류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또 우리 대학교에는 다양한 전공과 우수한 학생들이 많습니다. 수학, 광학, 전자공학, 기계공학 등 여러 분야의 융합이 필요한 위성 개발에 이보다 좋은 환경은 없어요. 이런 면에서 우리 대학교가 가진 강점을 가장 잘 드러내고 또 십분 활용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 큐브샛연세 리더, 강대은 학생(천문우주학 11, 석박사통합 16)
우주공학, 특히 위성 개발 분야의 연구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우리 대학교는 이에 대한 충분한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는 S-Band 안테나를 비롯해 위성을 운영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설도 갖춰져 있다. 여기에 학생들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박상영 교수의 의지와 지원은 성공의 디딤돌이 됐다.
“아무래도 저희가 아직 학생이다 보니 전문 지식이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헤매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지도교수님께서 국내 전공 박사님들을 수소문해서 자문을 구해 주셨어요. 덕분에 저희도 실력을 갈고닦을 수 있었고 큐브위성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 큐브샛연세 리더, 강대은 학생(천문우주학 11, 석박사통합 16)
팀원들의 열정과 노력은 위성 개발에 추진력을 더했다. 큐브샛연세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위성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다. 특히 큐브샛연세는 학부생들에게도 참여 기회가 열려 있기 때문에 학부 때부터 참여해 위성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고 이와 연계성을 가지고 대학원이나 취업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카니발-X부터 시작한 큐브위성 개발은 미먼까지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저는 학부 때부터 큐브샛연세에 참여했는데, 미먼의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에서 처음 참여했어요. 지금은 구조설계 쪽에 참여하고 있지만, 그때는 리서치도 많이 했어요. 미먼을 개발하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확실히 배운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냥 수업 시간에는 글, 수식으로 배우는데 직접 만든 것이 실제 결과물로 나오니까 그게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중간에 졸업을 하면 끝까지 못 보는 상황이 되니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서 대학원까지 진학하게 됐어요.”
- 큐브샛연세 리더, 강대은 학생(천문우주학 11, 석박사통합 16)
“중고등학교 때부터 우주에 관심이 있어서 우리 대학교에 입학했어요. 우주의 별, 이런 것을 배우다가 교수님께서 가르치시는 위성 관련 강의를 듣고 이쪽이 재밌겠다 싶어서 학부 때부터 미먼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전력계와 관련된 시스템 개발을 담당했습니다.”
- 전승권(천문우주학 15, 석사 20)
완벽에 완벽을 기하는 것만이 성공의 길
사실 위성 개발은 오랜 시간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겪는 일이다. 또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완벽을 기하다 보니 각자 욕심내고 싶은 것들도 많아 조율해야 할 것도 많았다. 하지만 큐브위성은 공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중요했다.
“다들 원하는 게 너무 많았어요. 그런데 큐브위성은 공간이 너무 한정돼 있어요. 그 공간 활용을 효과적으로 해야 하니 처음에는 하나의 큐브로 조립을 한 번에 하는 형태로 만들었다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렇게 하면 리스크 관리가 너무 안 되겠더라고요. 위험한 상황이 생겼을 때 특정 부분만 따로 빼서 그 부분을 수리한다거나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하나로 돼 있으면 어렵겠다 싶었어요. 기능별로 분리해야겠다 싶어서 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바꿨어요. 그런 형식은 다른 곳에서는 해 본 적이 없다 보니 목업도 미리 만들어 보기도 했어요.”
- 김영언(천문우주학 14, 석사 21)
(완성된 미먼의 무게는 3738.0g / 자료 제공 : 큐브샛연세)
까다로운 테스트 과정은 물론 팀원들이 함께 비평하며 보완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미먼의 완성도를 높여 갔지만 때론 전혀 예기치 않는 일들에 부딪히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일들도 있었다. 결국 위성 개발은 아주 세밀한 단계부터 완벽을 기하는 것이, 그렇게 한 걸음씩 꾸준하게 나아가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었다.
“큐브위성 부품은 기성품을 사용하더라도 각 부품의 연결을 위한 회로는 직접 제작해야 했어요. 수많은 전선과 핀을 연결하다 보니 실수가 생길 수밖에 없었죠. 각 팀별로 열심히 검토했지만 팀 간의 결과가 다른 채로 조립돼서 조립이 끝나고 전선 한 쌍이 뒤집힌 것을 발견한 적도 있었죠. 해체하지 않고 쉽게 해결할 방법을 모색했지만 결국은 위성의 안전을 위해 다시 해체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조립했어요. 이런 경험들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꼼꼼함이고 시스템 개발에 편법은 결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큐브샛연세 리더, 강대은 학생(천문우주학 11, 석박사통합 16)
동경을 넘어 가능성의 길을 열어가다
큐브샛연세는 미먼의 개발 완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들을 계속 진행 중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큐브위성 경진 대회에도 참여해 2차 경연까지 올라간 상태다. 이번에는 미먼에서 발전된 기후변화 모니터링을 미션으로 설정해 고급 위성 분야에 도전했다. 이제까지 그래왔듯 그간의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더욱 난이도 높은, 발전된 큐브위성 개발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편대 비행에서 광통신을 하는 큐브위성, 지상에서 쏘는 레이저의 정확도를 측정하는 큐브위성 등의 개발도 국방과학연구소, 민간 기업과 함께 각각 개발 중이다.
6월 21일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한 누리호의 성능 검증 위성이 안정화되면 이틀 간격으로 국내 대학에서 개발한 큐브위성 4대가 순차적으로 사출된다. 큐브샛연세의 미먼 사출 일정은 7월 5일로 예정돼 있다. 사출 후 지상국과 교신에 성공하면 미먼은 미세먼지 탐지 임무를 본격 수행하게 된다. 미먼 사출 후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하고 기능이 구현되면 다음날부터 위성과 통신할 수 있다. 그때까지 큐브샛연세는 지상국 운영 훈련을 이어간다. 누리호 발사 성공에 안도한 순간이 지나도 미먼 사출 후 통신을 시도할 때까지 큐브샛연세 팀은 다시 기대감 속에서도 마음 졸이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것 같다.
큐브샛연세의 10년은 무한한 가능성이 가득한 미지, 우주라는 새로운 세계를 향한 여정이었다. 그 10년간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서 이제 우리 대학교가 위성 개발의 산실로 나아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 우주에 대한 동경을 넘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우주 시대, 큐브샛연세가 다음 세대 우주에 그릴 청사진, 그리고 가능성을 현실로 이뤄가는 이들의 새로운 발걸음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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