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쏘아 올린 북한 다단계 발사체 ‘천리마-1형’이 뜻밖에도 국내 대학 천체 관측망에 포착됐다. 1단 추진체를 떼어낸 2단 추진체가 궤도 진입을 위해 계속 상승하는 궤적과 1단 추진체 폭파 순간까지 포착한 이 관측망은 원래 유성 관측용이다. 날씨만 좋다면 앞으로도 북한이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족족 그 궤적을 잡아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23일 천문학계에 따르면 연세대학교 탐사천문학 연구실은 한반도 상공을 관측하는 136개 카메라로 한반도 상공 전체를 24시간 들여다보고 있다. 이 관측망은 지구 대기를 통과하는 유성을 탐지하기 위한 카메라들로 구성된 세계적인 네트워크의 일부다. 전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회 국제우주안보 심포지엄’에선 21일 22시 42분 28초에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쏘아 올린 천리마-1형이 1단 추진체를 분리한 후 폭파시키고 계속 우주 궤도로 날아오르는 영상이 공개됐다.

밤하늘을 관찰하기 위한 흑백 화면에선 발사체로 보이는 작은 불빛이 위로 날아가는 궤적이 보인다. 그리고 잠시 후 분리로 2단 발사체보다 뒤쳐진 1단 추진체 쪽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강한 빛이 발생한다. 우리 군 당국이 잔해를 수거해 분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이 의도적으로 추진체를 폭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이 촬영된 건 오후 10시 45분. 북한이 위성을 발사한 지 2~3분이 지난 시점이다.

영상을 공개한 변용익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는 1단 추진체 폭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변 교수는 “(북한 바깥에선) 1단 추진체를 폭파한다는 생각은 안 해봤을 것”이라며 “(1·2차 때처럼) 당국이 빠진 것을 건져 올릴까 봐 그런 것 아니겠는가”라고 분석했다. 지난 북한의 1·2차 발사 당시 우리 군사 당국은 서해에서 추진체 일부를 건져 올렸다. 이를 막기 위해 1단 추진체를 폭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천문 관측을 위해 설치된 연구실의 136개 카메라는 24시간 자동으로 돌아간다. 날씨 등 조건이 괜찮으면 앞으로도 북한의 로켓, 위성 발사는 모두 관측할 수 있는 셈이다. 변 교수는 “날씨만 괜찮으면 모든 게 다 찍힌다”고 했다.

북한은 이번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성공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023년 11월 21일 22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통신은 “정찰위성 발사는 자위권 강화에 관한 합법적 권리이며 적들의 위험천만한 군사적 준동으로 나라와 주변 지역에 조성된 안전 환경에 부합되게 공화국 무력의 전쟁준비태세를 확고히 제고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월 31일에도 정찰위성 만리경을 탑재한 천리마-1형을 최초 발사했지만, 2단 발사체 점화에 실패해 전북 군산 어청도 서쪽 200여㎞ 해상으로 추락했다. 이어 8월 24일 2차 발사는 1단부와 페어링(1단과 2단 연결부위)은 북한이 예고한 지역과 엇비슷한 곳에 떨어졌으나, 2단 추진 단계에서 비정상 비행한 끝에 실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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